설악산 석주길, 최고와 최고가 만났다.
설악에 핀 천상의 꽃, 천화대를 두고 하는 말이다. 희운각에서 공룡능선을 오르다 보면 신선대에서 그 자태를 볼 수 있는데 삐죽삐죽쏟은 위용이 하늘로 치솟는 바위꽃이다.
외설악의 속살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천화대로 가는 방법이 가장 빠르다. 하지만 암벽에 대한 이해와 훈련이 되어 있어야 하며 관리공단에 등반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 모든것이 준비됐다면. 천화대로 떠나자, 한손 한발 붙잡고 딛고 오르다 보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멋진 풍광과 최고의 암릉길이 눈앞에 펼쳐진다.
설악산 천화대는 천화대릿지와, 흑범길, 염라길, 석주길의 쟁쟁한 릿지코스가 있다. 우리나라 릿지길 가운데서는 최고의 경치,최대의 길이, 최고의 높이다. 이견이 없는 최고의 길이다.
석주길은 설악골에서 시작해 희야봉에서 천화대 릿지길과 만난다. 치솟는 봉우리들을 끝없이 오르고 내리다 보면 공룡과 맞붙는 범봉의 머리위에 오를 수 있다. 이곳에서 3번에 나눠 하강하면 비로서 설악산 석주길은 끝난다. 설악좌골로 하산해서 원점 회귀한다.
비선대 산장에서 새벽같이 눈을떴다. 시계만 없다면 한밤인지 착각할 정도로 달빛조차 없는 칠흑같은 날이다. 전날 싸 두었던 장비와 행동식, 식수를 체크하며 헤드랜턴을 켰다. 설악골로 들어가는 철문을 통해 졸졸 흐르는 계곡을 거슬러 올라간다.
깜깜한 밤중, 초행길이라 시작지점을 찾는게 쉽지 않다. 프린트 해 온 내용을 더듬어 가며 주변 지형을 맞춰간다. 워낙 골짜기라 스마트폰 gps도 먹통이기 일수다.
다행히 동아지도에서 만든 '산으로간다'라는 산행 어플이 있어서 시작점을 짐작할 수 있었다. 확보는 대부분 바위나 나무를 이용해야 되고 난이도는 크게 어렵지 않지만 범봉까지 갈려면 체력안배와 시간조절이 관건이다.
우리는 산장에서 새벽 네시에 출발해서 다시 돌아오기 까지 15시간 정도가 소요됐다. 이렇게 까지 시간이 많이 걸릴거라고는 예상치 않았다. 행동식이며 식수가 모잘라 고생도 했다. 범봉을 앞에 두고는 체력소진으로 탈출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이 악물고 범봄까지 올랐다.
천화대 석주길은 대부분 뾰족하고 날카로운 칼날능선(나이프릿지)다.
석주길 초입에서 장비를 착용하고 몇 걸음을 내딛자 본격적인 하루를 알리는 붉은 태양이 떠 오르고 있다.
어두웠던 사방은 일순간에 암부와 명부로 나눠지기 시작한다.
밤새 잠자던 바위도 붉게 타 오르기 시작한다.
고도감이 상당한 왕관봉을 오르고 있다.
동해에서 떠 오른 태양이 비스듬히 석주길을 비추고 있다.
아쉽게도 울산바위에 막혀 바다에서 올라오는 일출은 볼 수 없지만 따뜻한 아침 햇살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부지런한 사람만의 특권이다. 천화대 왕관봉을 오르고 있는 모습이다.
길이도 길이 지만 고도감에서 어느 릿지길에 비교가 되지 못한다.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은 암봉을 한땀 한땀 오르다 보면
이내 한 봉우리를 넘는다.
천화대는 기암괴석의 바위들이 봉우리 곳곳에 올라 앉아 있다. 이런 경치 구경만으로도 즐거운 등반이다.
동쪽 끝자락에 울산바위와 속초, 시퍼런 동해바다가 보인다.
유선대쪽에서 바라본 천화대와 석주길
요즘은 우회로가 많이 생겨서 시간과 난이도를 줄일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암봉 하나하나를 딛고 오르는 등반이야 말로 최고의 성취감이 아닐까.
뾰족한 이 봉우리도 우회로가 있어 굳이 올라가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이런 풍경은 볼 수 없다.
인수봉처럼 닳고 닳은 미끈한 바위가 아니어서 고도감이 주는 공포만 떨궈낼 수 있으면 한결 수훨한 등반이다.
상당한 고도감과 달리 바위표면은 거칠어서 암벽화가 쩍쩍 잘 붙는다. 작은범봉.
작은 범봉의 위용
천화대에서 보는 비경은 쉽게 접할 수 없다. 일년에 단 7.8.9, 삼개월만 등반이 허락된 공간이다.
봉우리 하나가 최소 백미터 이상은 될 정도로 높이와 깊이가 상당하다.
요델산악회의 엄홍석,신현주 두 사람의 애절한 사랑이 만든 길이다.
희야봉 하강
희야봉
범봉리지의 크럭스인 1봉의 페이스 구간
잦은바위골
범봉전1봉에서 합장바위까지 티롤리안 브리지로 건너가고 있다.
범봉 정상, 칠흑같은 새벽에 시작했던 석주길 등반이 해가 넘어가는 어스름에야 천화대의 끝, 범봉에 오를 수 있었다.
천화대의 마지막, 석주길의 마지막인 범봉이다. 3번에 나눠 하강 한뒤 비로서 오늘의 등반을 마칠수 있었다.
설악좌골 너덜길을 지나 설악골로 내려 오는 동안 좁은 하늘은 이내 어두워 졌고 머리에는 랜턴의 불빛만이 팔랑인다.
석주길 나이프 릿지에서 바라본 외설악 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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