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꽃, 6월에 내리는 눈꽃 얼마전 까지만해도 밤나무 수술대가 삐죽 꼬리를 내리더니 어느새 노릿한 밤꽃이 숲을 뒤덥었습니다. 노릿한 밤꽃만큼이나 밤꽃향은 노릿노릿하지요. 기다란 털복숭이 애벌레 같은 밤꽃들도 이젠 바닥에 나뒹굽니다. 너무 짧은 수꽃의 생명이 가엾기 까지 합니다. 이런 밤나무의 꽃가루받이는 대부분 바람이 하는데요 올해 밤꽃이 피는 기간에는 비가 오지 않아 풍성한 가을을 기대해 볼만도 합니다. 밤나무는 한나무에 암꽃과 수꽃이 같이 피는데요 암꽃이 먼저 개화를 하고 수꽃은 나중에 개화를 해서 자가수분을 막겠다는 생존 전략 이에요. 자가수분이 일어날 경우에는 대부분 수정이 되지 않거나 일명 쭉정이 밤이 되어 결실률이 현저히 낮아져요. 자가수분은 근친교배, 자기복제나 마찬가진데요. 다양한 DNA의 ..
심심한사람 좋아하는것들/숲속친구들 2015. 6. 25. 13:33
고마워, 청설모 칙칙한 회색털에 쥐처럼 생긴 머리, 그다지 호감가는 외형은 아니다. 또한 잣나무나 호두를 키우는 사람에게는 퇴치해야 할 짐승이다. 게다가 귀여운 다람쥐까지 잡아 먹는다고 한다. 이쯤되면 흉측함,유해함,포악함의 3종세트를 두루 갖춘 시궁창쥐와 동급이다. 어쩌다 청설모가 이런 이미지의 짐승이 됐을까? 원래 청설모는 외래종이 아닌 우리나라 고유종으로 푸른쥐라는 '청서'로 불렸다. 청서의 꼬리털은 조선시대부터 붓을 만들던 좋은 재료였다. 청서의 털인 '청서모'가 현재의 청설모로 불려졌다. 시대가 변해 붓은 펜으로 바뀌고 자연스럽게 청설모의 꼬리털은 인간에게 불필요하게 됐다. 또한 환경훼손으로 맹금류와 여우 같은 상위포식자들이 사라지자 청설모의 개체수는 증가했다. 그 가운데 인간에게 증오의 대상이..
심심한사람 좋아하는것들/동물친구들 2015. 6. 23. 21:22
서울숲에도 나비온실이 있어요 전국이 가뭄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한다. 사실 도시에 사는 우리들이야 TV나 봐야 그런가보다 한다. 소양강과 충주호에 유람선이 멈추고, 배추는 말라죽고, 채소값은 몇배로 오를거라고 한다. 이 와중에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꽤 많은 비가 내렸다. 원래는 수락산으로 가려 했던 계획이 우천으로 서울숲 나비관으로 변경됐다. 서울숲은 몇번 와 봤지만 이런곳이 있는줄은 처음 알았다. 크기 않은 공간에 나비가 좋아하는 먹이 식물을 심어 놓고 나비를 키우고 있는 곳이다. 호랑나비 애벌레, 꽁무니를 누르자 머리쪽에서 노란 뿔, 취각이라고 하는 뿔이 쏫아 오른다. 서울숲 나비관으로 가는 길을 따라 모감주나무가 노란 꽃을 피워냈다. 올망졸망 피워낸 모감주꽃 나비관 들어가는 입구에서 선유도 공원처럼 ..
심심한사람 좋아하는것들/숲속친구들 2015. 6. 21. 22:04
호랑이 벌레라 불리는 길앞잡이 채집기(tiger beetle) "길앞잡이가 KTX보다 빨라요" 아이가 며칠전 길앞잡이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을 한다. 어디서 봤냐고 물어봤더니 친구한테 들은이야기라고 한다. 그런데 아시는 샘이 수락산에서 길앞잡이에 대한 수업을 하신다고 한다. 아이도 그렇지만 나도 본 적이 없는 '길앞잡이', 도대체 어떻게 생겼길래 그렇게 빠르단 말인가? 곁다리로 아이와 함게 수업 참관 허락을 받았다. 며칠동안 흐리고 비가 내리더니 간만에 쨍한 파란 하늘이다. 염불사로 올라가는 수락산 등산로는 잘 꾸며졌고 등산객들과 계곡 주변에서 쉬는 사람들은 다들 즐거운 표정이다. 등산로를 벗어나 계곡을 건너 테크가 잘 꾸며진 평평한 장소가 오늘 야외교실이다. 얼마후 선생님들이 우루루 모이신다. 각자 소개..
심심한사람 좋아하는것들/숲속친구들 2015. 6. 21. 20:57
배고파도 고마운 국수나무 '언제 국수 먹여주느냐?'라는 말은 결혼을 의미하는 말이다. 옛날에 국수는 결혼식 같은 큰 잔치에나 먹을 수 있는 귀한 음식이었다. 보통 사람들은 국수 한 그릇 먹기가 꿈에 용보기나 다름없었다. 보릿고개 시절 먹을 것을 찾아 산속을 헤매던 굶주린 백성들이 이 키 작은 나무의 속줄기가 꼭 국수처럼 기다란 흰가닥인걸 보고 꿈에도 그리던 '국수나무'라고 이름 붙인 나무가 있다. 말그대로 가지를 잘 벗기면 국수같은 하얀 줄기가 국수발을 연상하고 색깔도 영락없이 국수를 닮아 있다. 주로 등산로의 가장자리에서 많이 볼 수 있는데 사람의 공간과 자연의 공간, 그 경계를 잇는 생태계의 대표적 식물이다. 보통 '주연부생태계'라고 하는데 생태계와 생태계의 인접부분이란 뜻으로 예를 들면 육상생태계와..
심심한사람 좋아하는것들/숲속친구들 2015. 6. 13. 00:30
겨울을 기다리는 쥐똥나무 요즘 길에서 흔하게 보이는 나무다. 앙정맞은 꽃은 꽤 좋은 향기까지 난다. 그러나 지금의 모습과는 어울리지 않게 괴상한 이름을 붙여놨다. 이녀석의 이름은 '쥐똥나무'다. 가을에 열리는 열매의 모양이 꼭 쥐똥처럼 생겼다고 그렇게 부른다. 나무에도 입이 있다면 작명자에게 한 소리 했을 법 하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이 녀석을 쥐똥나무라 하지 않고 '검정콩알나무'라고 한다. 같은 검정열매를 보고 한쪽에서는 쥐똥이라고 하고 한쪽에서는 검정콩알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이름 지은걸 보면 북쪽 사람들이 좀 더 감성적인것 같다. 열매의 색깔이 까만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여름과 가을에 빨간 열매, 노란 열매가 새들의 먹이가 되고 나면 엄동설한 하얀 눈세상에서는 새까만 쥐똥나무의 열매가 굶주린 새들..
심심한사람 좋아하는것들/숲속친구들 2015. 6. 12. 00:30
넉줄고사리 지구의 시간 지구의 나이가 46억년이라고 한다. 화염이 치쏟는 불구덩이 인채로 10억년을 보냈다. 뜨거웠던 지구가 차츰 열기를 내리자 원핵생물이 출현했다. 9억년이 흘러 광합성을 하는 돌연변이가 생겨나면서 대기중 산소농도가 서서히 증가하게 됐다. 그 후로 6억년이 더 흘러 단세포 진핵생물이 출현했다. 다시 6억년이 흘러 다세포 진핵생물이 나타났다. 또 8억년이 흘러 바닷속에 조류와 무척주 동물이 출현했다. 이들은 2억년이 지나 육상으로 진출했다. 그리고 2천만년이 지나자 최초로 육상에 적응한 선태식물, 즉 이끼들이 등장했다. 다시 8천만년이 지나자 고사리같은 양치식물이 지구를 뒤덮었다. 지구가 만들어 진지 42억만년이 지나서 이다. 그 이후 종자식물이 출현해 다양한 DNA의 조합이 시작되었다...
심심한사람 좋아하는것들/숲속친구들 2015. 6. 10. 17:31
밤나무산누에나방의 생존전략 팔봉산을 내려 오면서 손가락 굵기 보다 큰 큰 애벌레를 만났다. 온몸에는 바짝 선 털이 유쾌하지 않은 녀석이다. 쐐기풀이나 쐐기벌레에 쏘여본 적이 있다. 눈물 핑 도는 따끔함과 뒤이은 쓰라림, 두번다신 경험하고 싶지 않다. 정체불명의 이 녀석도 하얗고 긴 털이 예사롭지 않다. '난 위험하니깐 만지지 마시오'라는 경고의 표시같았다. 나중에야 '밤나무산누에나방'이라는 녀석의 이름을 알게됐다. 지난해 가리왕산에서 그물모양의 고치 상태에서 본 적이 있는 녀석이다. 그때도 고치의 크기에 엄청 놀랬는데 역시 애벌레의 크기도 만만찮다. 애벌레를 주로 먹는 새들의 입장에서는 작은 애벌레를 백마리 사냥하는것보다 이렇게 큰 애벌레 한마리를 사냥하는게 에너지 절감차원에서 효율이 좋을것이다. 덩치만..
심심한사람 좋아하는것들/숲속친구들 2015. 6. 9. 2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