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누에나방이랍니다. 인제에 갔다 본 녀석인데, 첨보기도 하고 희한하게 생기기도 해서 사진을 찍게 되었다. 생긴게 꼭 단풍나무 열매같은데 자세히 보니 나방이었다. 그런데 온 몸에 털이 북실북실 난 녀석이 눈도 없고 얼굴도 없다. 튼실한 털복숭이 앞다리로 떡 하니 미끄러운 판대기에 잘도 붙었다. 첨엔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 아는 곤충선생님에게 여쭤보니 그 선생님도 처음 보는 얘라고 하신다. 볼 일을 보고 한시간 후 쯤 그 앞을 지나가는데 여전히 꿈쩍도 없이 그대로다. 카메라를 꺼내 이쪽 저쪽 찍었는데 배경이 별로라서 손으로 날개를 슬쩍 집었더니 파다닥 하면서 노란 가루가 날린다. 나방은 멀리 날아가지 않고 바닥으로 떨어졌고 정지상태다. 더이상의 사진찍기는 힘들것 같아 발길을 돌렸다. 몇시간이 지나서 곤충 ..
심심한사람 좋아하는것들/숲속친구들 2015. 6. 9. 21:32
노란 황금똥 한가득, 애기똥풀 애기똥풀, 이름과 달리 노란꽃이 굉장히 이쁘죠? 이래서 피는 못속이는가 봅니다. 애기똥풀이 꽃중의 왕인 양귀비와 한 가족이라서 그렇습니다. 애기똥풀은 쨍한 노랑색의 꽃이 유독 눈에 잘 띄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들판과 숲속 어디에서나 흔하게 보이는 꽃입니다. 줄기를 자르면 꽃잎보다 더 노란유액이 나오는데 이것을 보고 황금빛 똥을 싸는 애기들의 똥 같다고 해서 '애기똥풀'이라는 이름을 붙였다네요. 그런데 이 노랑색 유액은 독성이 있어서 먹으면 안된다고 해요. 옛날에는 사마귀를 없앨때 바르기도 했다고 하니 꽤 독한 성분이겠죠? 그리고 저는 숲에서 모기에게 물렸을때, 애기똥풀의 노란 유액을 바르기도 하는데요, 신기하게 가려움도 사라지고 진정작용을 하더라고요. 요즘은 오월부터 가을까지..
심심한사람 좋아하는것들/숲속친구들 2015. 6. 8. 04:00
바나나같은 때죽나무 벌레집 보셨나요? 모든게 마찬가지겠지만, 자연은 특히 숲속의 나무나 풀은 딱 아는만큼만 보인다고 한다. 나는 카메라를 들고 숲속으로 갈 때가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오늘은 또 어떤 아이를 만날까? 설렘의 시간이다. 예전, 때죽나무 충영을 처음 봤을때의 기억이다. 때죽나무는 포도송이같이 방울방울 달리는 열매라고 알고 있는데, 요란하게 생긴 바나나같은 열매가 열렸다. 이건 뭐지? 꽃인가? 열맨가? 도무지 짐작이 안된다. 나중에 알게된 때죽나무에 기생하는 납작진딧물 벌레집에 대한 나의 첫 목격담이다. 엄마 벌레가 아기벌레를 안전하게 키우기 위해 만드는 벌레집을 보통 한자로 '충영'이라고 한다. 특이한건 이런 벌레집들을 나무가 스스로 만든다는 것이다. 아무리 뚫어져라 봐도 분명히 나무에서 자..
심심한사람 좋아하는것들/숲속친구들 2015. 6. 7. 10:18
서양민들레와 토종민들레 무엇이 다를까? 민들레는 국화과에 속하는 다년생 초본이다. 쉽게 말하면 국화처럼 닮은 가족중 하나로 1년 이상 사는 풀이라는 말이다. 민들레는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이다. 집 현관을 나서면서도 길을 걷을때도, 버스 정류장의 보도블록 틈사이에서도 뿌리를 내릴 조금의 흙만 있다면 장소를 불문하고 민들레가 자리를 잡고 있다. 민들레가 봄을 알리는 전령이라 하지만 요즘에는 겨울을 제외하고 삼계절 내내 꽃을 피우고 있으니 봄의 전령사라는 말이 무색해져 버린 셈이다. 그리고 우리 주변에 보이는 노란 민들레는 사실 대부분이 유럽에서 넘어온 서양민들레다. 깊은 산을 제외하고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개체수를 무한대로 늘려가고 있다. 그러면 우리가 민들레라고 알고 있는 토종민들레는 ..
심심한사람 좋아하는것들/숲속친구들 2015. 6. 3. 23:19
대지의 어머니, 신기한 나무 시리즈 여덟번째 오랜 세월 모진 풍상에도 끈질긴 생명력으로 굳건히 우리 산을 지키고 있는 나무들 나무는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들을 먹이고 입히고 재우는 어머니와 같은 존재다. 길을 막고 쓰러진 거대한 고목, 양팔을 벌리고 춤추는 나무, 휘어지고 쓰러져도 다시 일어서서 자라는 고목들, 기괴하게 휘어지고 터지고 썩어도 그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생명들이 있어 아름답다. '어깨동무나무' 사이좋은 친구같다. 사실은 두 나무 사이를 굵은 덩굴이 휘감고 있다. 내소사 천년거목, 느티나무 둘레가 7.5미터에 20미터의 높이다. 해마다 음력 정월 보름이면 인줄을 치고 당산제를 지낸다고 한다. 나이 천살이면 신과 동급이다. 둘의 사이는 '철천지원수'였을까? 전생에 무슨 원한이 있기에 이런 모양새..
심심한사람 좋아하는것들/숲속친구들 2015. 6. 3. 10:03
아까시라고 들어보셨나요? 동구밖 과수원길 아카시아꽃이 활짝 폈네~ 우리가 노래가사에 나오는 것 처럼 부르고 있는 아카시아꽃은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남방계 식물이다. 그럼 이맘때면 향긋한 향기로 온 산을 뒤덥는 아카시아꽃은 무엇일까? 정명은 '아까시나무'의 꽃이다. 원래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인데 1900년대 일본에서 들어 올때 혼동했던지 발음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지 '아카시아'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 봄이 무르익어 햇쌀이 따갑게 느껴질 즈음 산은 온통 향긋한 향기와 색깔로 변한다. 아까시나무는 열매가 콩꼬투리안에 들어 있다. 그래서 콩과라고 하는데. 이런 콩과 식물은 척박한 토양, 즉 산불이나거나 산사태가 나서 황폐화된 땅에 가장 먼저 찾아와 뿌리를 내리는 선구목이다. 콩과의 싸리나무가 그렇고..
심심한사람 좋아하는것들/숲속친구들 2015. 5. 28. 00:30
남덕유산 생태 여행 나에게 산은 수려함과 높이, 크기보다 그 속에 살고 있는 풀과 나무, 곤충같은 산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수많은 생명들로 기억된다. 바래봉 능선의 얼레지, 고려산의 진달래, 공룡능선의 땃두릅, 곰배령 흰진범, 백우산 도꼬로마, 수리산의 피나물 … 이번 산행은 덕유산, 그 중에서 남덕유. 영각사를 출발해 남덕유산과 월성치에서 바람골로 황점마을로 내려오는 코스다. 남덕유는 교통편이 불편해서 단체버스가 아니면 좀체 오기 힘들다. 원점 회기 코스 아니고, 들머리와 날머리에서도 차편이 애매해서이다. 5월16일의 남덕유, 봄꽃은 이미 졌고 1300m가 넘는 능선의 철쭉은 좀 더 기다려야 한다. 조금은 어중간한 시기다. 영각사에서 한시간은 완만한 오솔길이 이어진다. 졸졸흐르는 계곡도 나타난다. 조금씩..
심심한사람 좋아하는것들/숲속친구들 2015. 5. 17. 12:00
'동물복지'라는 말이 있다. 식용으로 기르는 가축에게도 정신적, 육체적으로 편안하고 건강한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는 말이다. 건강한 환경에서 편안하게 길러진 가축과 더럽고 열악한 환경에서 고통받으며 길러진 가축 가운데 어떤 가축이 우리 식탁에 올라오기를 바라는가? 소도 실려가고, 돼지도 실려가는 도로, 오늘은 닭장차가 지나간다. 다리도 채 펴지 못할 정도로 낮은 철창, 몇마리가 있는지도 모를만큼 쑤셔넣었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어디로 가는지는 말 안해도 짐작되어진다. 아무리 사람이 먹을 목적으로 길러진 동물이라지만, 죽음 앞에서는 왠지 숙연해 지는법이다. 이 닭들이 어디서 왔는지 어떻게 길러 졌는지 알수 없지만 좋은 환경에서 잘 자란 동물이라도 이렇게 마지막 가는 길이 불편하고 고통스럽다면 '동물복지'라고 ..
심심한사람 좋아하는것들/동물친구들 2015. 5. 14. 2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