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벌레라 불리는 길앞잡이 채집기(tiger beetle) "길앞잡이가 KTX보다 빨라요" 아이가 며칠전 길앞잡이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을 한다. 어디서 봤냐고 물어봤더니 친구한테 들은이야기라고 한다. 그런데 아시는 샘이 수락산에서 길앞잡이에 대한 수업을 하신다고 한다. 아이도 그렇지만 나도 본 적이 없는 '길앞잡이', 도대체 어떻게 생겼길래 그렇게 빠르단 말인가? 곁다리로 아이와 함게 수업 참관 허락을 받았다. 며칠동안 흐리고 비가 내리더니 간만에 쨍한 파란 하늘이다. 염불사로 올라가는 수락산 등산로는 잘 꾸며졌고 등산객들과 계곡 주변에서 쉬는 사람들은 다들 즐거운 표정이다. 등산로를 벗어나 계곡을 건너 테크가 잘 꾸며진 평평한 장소가 오늘 야외교실이다. 얼마후 선생님들이 우루루 모이신다. 각자 소개..
심심한사람 좋아하는것들/숲속친구들 2015. 6. 21. 20:57
배고파도 고마운 국수나무 '언제 국수 먹여주느냐?'라는 말은 결혼을 의미하는 말이다. 옛날에 국수는 결혼식 같은 큰 잔치에나 먹을 수 있는 귀한 음식이었다. 보통 사람들은 국수 한 그릇 먹기가 꿈에 용보기나 다름없었다. 보릿고개 시절 먹을 것을 찾아 산속을 헤매던 굶주린 백성들이 이 키 작은 나무의 속줄기가 꼭 국수처럼 기다란 흰가닥인걸 보고 꿈에도 그리던 '국수나무'라고 이름 붙인 나무가 있다. 말그대로 가지를 잘 벗기면 국수같은 하얀 줄기가 국수발을 연상하고 색깔도 영락없이 국수를 닮아 있다. 주로 등산로의 가장자리에서 많이 볼 수 있는데 사람의 공간과 자연의 공간, 그 경계를 잇는 생태계의 대표적 식물이다. 보통 '주연부생태계'라고 하는데 생태계와 생태계의 인접부분이란 뜻으로 예를 들면 육상생태계와..
심심한사람 좋아하는것들/숲속친구들 2015. 6. 13. 00:30
겨울을 기다리는 쥐똥나무 요즘 길에서 흔하게 보이는 나무다. 앙정맞은 꽃은 꽤 좋은 향기까지 난다. 그러나 지금의 모습과는 어울리지 않게 괴상한 이름을 붙여놨다. 이녀석의 이름은 '쥐똥나무'다. 가을에 열리는 열매의 모양이 꼭 쥐똥처럼 생겼다고 그렇게 부른다. 나무에도 입이 있다면 작명자에게 한 소리 했을 법 하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이 녀석을 쥐똥나무라 하지 않고 '검정콩알나무'라고 한다. 같은 검정열매를 보고 한쪽에서는 쥐똥이라고 하고 한쪽에서는 검정콩알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이름 지은걸 보면 북쪽 사람들이 좀 더 감성적인것 같다. 열매의 색깔이 까만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여름과 가을에 빨간 열매, 노란 열매가 새들의 먹이가 되고 나면 엄동설한 하얀 눈세상에서는 새까만 쥐똥나무의 열매가 굶주린 새들..
심심한사람 좋아하는것들/숲속친구들 2015. 6. 12. 00:30
넉줄고사리 지구의 시간 지구의 나이가 46억년이라고 한다. 화염이 치쏟는 불구덩이 인채로 10억년을 보냈다. 뜨거웠던 지구가 차츰 열기를 내리자 원핵생물이 출현했다. 9억년이 흘러 광합성을 하는 돌연변이가 생겨나면서 대기중 산소농도가 서서히 증가하게 됐다. 그 후로 6억년이 더 흘러 단세포 진핵생물이 출현했다. 다시 6억년이 흘러 다세포 진핵생물이 나타났다. 또 8억년이 흘러 바닷속에 조류와 무척주 동물이 출현했다. 이들은 2억년이 지나 육상으로 진출했다. 그리고 2천만년이 지나자 최초로 육상에 적응한 선태식물, 즉 이끼들이 등장했다. 다시 8천만년이 지나자 고사리같은 양치식물이 지구를 뒤덮었다. 지구가 만들어 진지 42억만년이 지나서 이다. 그 이후 종자식물이 출현해 다양한 DNA의 조합이 시작되었다...
심심한사람 좋아하는것들/숲속친구들 2015. 6. 10. 17:31
밤나무산누에나방의 생존전략 팔봉산을 내려 오면서 손가락 굵기 보다 큰 큰 애벌레를 만났다. 온몸에는 바짝 선 털이 유쾌하지 않은 녀석이다. 쐐기풀이나 쐐기벌레에 쏘여본 적이 있다. 눈물 핑 도는 따끔함과 뒤이은 쓰라림, 두번다신 경험하고 싶지 않다. 정체불명의 이 녀석도 하얗고 긴 털이 예사롭지 않다. '난 위험하니깐 만지지 마시오'라는 경고의 표시같았다. 나중에야 '밤나무산누에나방'이라는 녀석의 이름을 알게됐다. 지난해 가리왕산에서 그물모양의 고치 상태에서 본 적이 있는 녀석이다. 그때도 고치의 크기에 엄청 놀랬는데 역시 애벌레의 크기도 만만찮다. 애벌레를 주로 먹는 새들의 입장에서는 작은 애벌레를 백마리 사냥하는것보다 이렇게 큰 애벌레 한마리를 사냥하는게 에너지 절감차원에서 효율이 좋을것이다. 덩치만..
심심한사람 좋아하는것들/숲속친구들 2015. 6. 9. 21:35
산골누에나방이랍니다. 인제에 갔다 본 녀석인데, 첨보기도 하고 희한하게 생기기도 해서 사진을 찍게 되었다. 생긴게 꼭 단풍나무 열매같은데 자세히 보니 나방이었다. 그런데 온 몸에 털이 북실북실 난 녀석이 눈도 없고 얼굴도 없다. 튼실한 털복숭이 앞다리로 떡 하니 미끄러운 판대기에 잘도 붙었다. 첨엔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 아는 곤충선생님에게 여쭤보니 그 선생님도 처음 보는 얘라고 하신다. 볼 일을 보고 한시간 후 쯤 그 앞을 지나가는데 여전히 꿈쩍도 없이 그대로다. 카메라를 꺼내 이쪽 저쪽 찍었는데 배경이 별로라서 손으로 날개를 슬쩍 집었더니 파다닥 하면서 노란 가루가 날린다. 나방은 멀리 날아가지 않고 바닥으로 떨어졌고 정지상태다. 더이상의 사진찍기는 힘들것 같아 발길을 돌렸다. 몇시간이 지나서 곤충 ..
심심한사람 좋아하는것들/숲속친구들 2015. 6. 9. 21:32
노란 황금똥 한가득, 애기똥풀 애기똥풀, 이름과 달리 노란꽃이 굉장히 이쁘죠? 이래서 피는 못속이는가 봅니다. 애기똥풀이 꽃중의 왕인 양귀비와 한 가족이라서 그렇습니다. 애기똥풀은 쨍한 노랑색의 꽃이 유독 눈에 잘 띄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들판과 숲속 어디에서나 흔하게 보이는 꽃입니다. 줄기를 자르면 꽃잎보다 더 노란유액이 나오는데 이것을 보고 황금빛 똥을 싸는 애기들의 똥 같다고 해서 '애기똥풀'이라는 이름을 붙였다네요. 그런데 이 노랑색 유액은 독성이 있어서 먹으면 안된다고 해요. 옛날에는 사마귀를 없앨때 바르기도 했다고 하니 꽤 독한 성분이겠죠? 그리고 저는 숲에서 모기에게 물렸을때, 애기똥풀의 노란 유액을 바르기도 하는데요, 신기하게 가려움도 사라지고 진정작용을 하더라고요. 요즘은 오월부터 가을까지..
심심한사람 좋아하는것들/숲속친구들 2015. 6. 8. 04:00
바나나같은 때죽나무 벌레집 보셨나요? 모든게 마찬가지겠지만, 자연은 특히 숲속의 나무나 풀은 딱 아는만큼만 보인다고 한다. 나는 카메라를 들고 숲속으로 갈 때가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오늘은 또 어떤 아이를 만날까? 설렘의 시간이다. 예전, 때죽나무 충영을 처음 봤을때의 기억이다. 때죽나무는 포도송이같이 방울방울 달리는 열매라고 알고 있는데, 요란하게 생긴 바나나같은 열매가 열렸다. 이건 뭐지? 꽃인가? 열맨가? 도무지 짐작이 안된다. 나중에 알게된 때죽나무에 기생하는 납작진딧물 벌레집에 대한 나의 첫 목격담이다. 엄마 벌레가 아기벌레를 안전하게 키우기 위해 만드는 벌레집을 보통 한자로 '충영'이라고 한다. 특이한건 이런 벌레집들을 나무가 스스로 만든다는 것이다. 아무리 뚫어져라 봐도 분명히 나무에서 자..
심심한사람 좋아하는것들/숲속친구들 2015. 6. 7. 10:18